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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끝, 라면 한 그릇에 담긴 우리들의 얘기
밤샘간호사42
오늘도 밤 12시 넘어서야 마침내 환자 기록을 다 적었다. 차가운 복도 끝에 놓인 작은 냉장고를 열어 라면 스프 한 팩을 꺼냈다. 3분이면 다 끓는 라면에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니, 눈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23년 차 선배 간호사의 ‘숨은 손님’ 사건. 급성 폐렴 환자 방에 들어가는데, 한 환자가 지켜보는 눈빛이 이상했다. 방을 나가니 곧바로 그 환자에게 비상벨이 울렸고, 저는 급히 도와야 했다. 다행히도 환자는 큰 문제 없이 안정을 찾았다. 그때 나는 스프를 뜨는 손이 떨렸지만, 라면 물에 스프를 풀며 ‘다음엔 더 조심하자’는 다짐을 했다.
다음은 신입 간호사 새벽 2시 교대에서 일어났던 일. 새벽에 환자 복용량을 체크하던 중, 한 환자가 갑자기 ‘바람이 차다’며 침대에 누워 몸을 뒤척였다. 깜짝 놀라 뒤를 보니 환자 옆에 놓인 작은 무선 청진기가 꺼져 있었다. 그때 나는 라면 국물에 남은 소금기를 떠올리며, 청진기의 배터리를 교체해 주고는 ‘이게 바로 팀워크’라고 생각했다.
라면을 끓이며 나는 한참 전, 병동에 새로 들어온 20대 간호사와 환자 A씨가 얽힌 작은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A씨는 갑자기 ‘라면 먹고 싶다’며 간단히 요청했는데, 저는 그저 물만 끓여 주었다. 그런데 그 라면을 받아먹고 나니, A씨는 “이 라면이 제일 맛있다”며 눈물까지 보였고, 저는 그때 비로소 ‘작은 위로가 큰 힘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라면이 거의 다 끓었을 때, 동료 간호사와 눈치 보며 마지막 한 입을 남겨두었다. “우리, 내일도 같은 시간에 여기서 또 라면 끓이자”라며 서로 격려하는 순간, 피곤함이 전부 사라졌다. 라면 한 그릇에 담긴 우리들의 사소하지만 진짜 이야기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