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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첫 라면, 두 손으로 끓인 우리 집 추억
다시뜬시골아저씨
퇴직하고 난 뒤 처음으로 억지로 끓인 라면이 있었다. 2022년 11월 첫 눈이 내리던 날, 전전날 은행에서 연금 통장을 확인했을 때 ㅎㅇㅅㅈ가 2천 원 남았다.
그때 나는 하루 종일 집 안을 뒤져서 냉동고에 남은 김치와 치즈 한 조각, 그리고 오래돼서 색이 바랜 라면 한 봉지를 꺼냈다.
가스레인지 위에 물을 부어 끓이고, 라면 사리를 풀어 넣은 뒤 마지막에 치즈를 올렸다. 그때는 이게 ‘고급 요리’라고 생각했지만, 김치 국물과 치즈가 섞인 그 고소함이 눈물보다 더 크게 울렸다.
라면을 다 먹고 나서 남은 국물은 옆에 있던 작은 냉장고에 보관했다. 다음날 아침, 그 국물에 물을 한 줍 더 부어 다시 끓였다. 그때는 ‘라면 스프’를 만든 기분이었다.
그 뒤로 나는 매일 아침 라면 국물에 물을 섞어 끓이고, 김치와 남은 채소를 넣어 ‘라면 찌개’로 바꾸었다. 물 한 컵당 라면 사리 절반이면 충분하고, 삼각김밥을 곁들여 먹으면 하루치 영양이 끝난다.
이제는 이 라면이 내 일상의 가장 큰 위안이 됐다. 퇴직 후 처음 맞이한 ‘무일’이라는 공허함 속에서, 라면 한 그릇이 내 작은 세계를 다시 살아있게 만든다.
아직도 가끔은 ‘라면 한 그릇에 담긴 연금 고민’이라는 얘기로 동네 할머니들에게 웃음거리며 얘기하지만, 그때 그 라면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