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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와 라면, 추억이 녹아든 한 그릇
라면덕후할머니
요즘 손주가 저한테 라면을 끓여 달라며 콧노래를 부르더라구요. 나는 언제나 그 작은 손을 잡고 부엌에 서면 마음이 설레요.
손주가 먼저 물었어요. "할머니, 라면에 물은 왜 먼저 넣고 면은 나중에 넣는 거예요?" 나는 웃으며 답했죠. "그게 면이 물을 더 잘 흡수해서 부드러워지거든. 옛날엔 물을 한 번에 끓여서 면을 바로 넣었지. 그런데 남편이 고추장을 넣어달라 해서 물을 많이 부었더니 면이 뭉쳐서 그때부터 바꿨단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니 손주 눈이 커졌어요. "그럼 할머니는 언제 라면을 처음 끓였나요?" 나는 1992년 겨울, 눈이 많이 온 날을 떠올렸어요. 추운 바람이 집 안까지 스며들었는데, 남편이 야근을 하고 돌아오길 기다리며 라면을 끓여 놓았었다. 그때는 아직 전기레인지가 없어서 가스불에 직접 냄비를 올렸지.
그때 라면 한 그릇에 담긴 건 배고픔뿐 아니라, 두 사람의 따뜻한 얘기였어요. "이제 겨울이라서 따뜻한 거 하나도 못 먹겠지?" 라고 남편이 말했을 때, 나는 간단히 라면을 끓이고 사과조각을 넣어 먹었답니다.
손주가 그 얘기를 듣고는 눈물이 살짝 고였어요. "할머니, 나도 할아버지랑 그렇게 라면 먹어볼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라면 건더기를 살짝 더 넣어 주었지.
그리고는 손주에게 말했어요. "라면은 그냥 음식이 아니라, 사랑을 끓여낸 물결이란다. 언제든 밥상에 올릴 수 있는 작은 기적이야."
그날 밤, 손주와 나는 라면 한 그릇을 나눠 먹으며 옛날 이야기를 서로 나눴고, 그 라면은 우리 가슴속에 따뜻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