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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첫 밥상, 라면에 숨은 사연
라면담당주부88
며칠 전 시댁에 처음으로 남편 엄마 집에 가서 밥을 차려 드렸다. 평소에 우리 집 라면만 먹던 내가 뭘 얘기했을까 싶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라면도 정성 들여야 제맛이 난다"고 하시며 주방에 들어가셨다.
그때 나는 이미 라면 3개를 끓여 놓은 상태였고, 냉장고엔 김치와 계란만 남아 있었다. 엄마는 라면을 보며 "이게 우리 집 밥이야?" 라고 한숨을 쉬시며 물었다. 나는 그때 진심으로 사과를 했고, 대신 라면에 대파와 남은 김치를 얹어 주시고, 계란을 풀어 부어 드렸다.
그 순간 라면 국물에 대파와 김치가 스며들어 색은 바뀌고, 향은 달라졌다. 엄마는 한 입 먹고는 눈을 반짝이며 "이건 너희 집 라면이 아니구나, 우리 집 라면이다"라며 웃으셨다. 그때 나는 라면 하나가 시댁과의 첫 장벽을 허무는 열쇠가 될 줄은 몰랐다.
식사가 끝나고 남은 라면은 사라졌고, 남편은 "다음엔 진짜 밥 해줄게"라며 약속했다. 난 그때부터 라면 한 그릇에 담긴 작은 정성도 가정의 화목을 위해 크게 작용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남편이 라면을 끓이면 꼭 고춧가루, 파, 김치를 넣어 주고, 가끔은 장모님께 사과 대신 직접 만든 멸치 육수라면을 선물한다. 라면이 우리 가족에선 이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